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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상식_원로사목자시대<중>원로사목자를 위한 사목적 대비

moses-lee 2012. 9. 4. 08:13

 

[기획] 원로사목자시대<>원로사목자를 위한 사목적 대비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구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교회 내 사제 연령도 예외가 아니다.

베이비붐 세대에 해당하는 50대 사제는 2011년 말 현재 707명에 이른다.

2001년 원로사목자는 78명에 불과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원로사목자는 가파른 증가세를 보일 것이다.
 교구로선 원로사목자 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원로사목자들의 생활과 사목적 욕구에 대한 실태 파악과 이에 관한 연구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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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와 원로사목자, 시각이 다르다

"사제는 교회가 자신을 필요로 할 때 가장 행복한 겁니다."
경기도 용인 인보성체수녀원에서 생활하는 수원교구 원로사목자 정지웅 신부는

"활기차게 사목할 능력과 의욕이 있는 사제가 어쩔 수 없이 은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은퇴 나이를 못 박아 놓지 말고 건강하고 사목의지가 있는 사제는

정년을 연장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로사목자들의 욕구는 다양하다.

소임을 다했으니까 이제는 편히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사제가 있는가하면,

사목현장에 대한 그리움을 떨치지 못하는 사제도 있다.

한 원로사목자는 "여전히 사목자이지만 '사목' 현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다"

본당을 떠난 아쉬움을 피력했다.

반대로 한 원로사목자는

수녀회 담당신부 제의에 대해 "어디에 소속돼 매여 살기 싫다"사양했다.
 

사목적 욕구 충족 외에 교구는 이들을 위한 재원마련도 당면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

2~3년에 한 명 원로사목자가 나오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한국교회 전체에서 1년에 20여 명이 나오기에 재원마련이 시급할 수밖에 없다.

큰 비용이 들어가는 단독사제관 대신 공동 사제관 건립 문제를 고려하는 이유다.
 

최근 한 교구에서 현직 신부의 식복사 문제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A교구장 주교가 "주거형 식복사를

출퇴근 형식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올해 말까지 마련해보자"는 말을 꺼냈다.

사제들은 사목지를 옮길 때 식복사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은퇴해도 식복사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아파트 형태의 단독 사제관을 선호하게 된다.

사제로서는 자신의 입맛과 취향, 생활 스타일을 잘 아는 가족 같은 식복사가 편하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식복사 문제는 원로사목자들이 공동 사제관 입주를 꺼리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A교구장 주교가 출퇴근형 식복사를 권장한 이유는

머지않아 직면하게 될 단독 사제관 마련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와 아울러 원로사목자에 대한 욕구파악과 연구, 그에 따른 대비도 필요하다.

사제 스스로의 준비도 필요하다.

현직 사제 대부분이 사목활동에 바빠 노후를 준비할 겨를도 없이 은퇴를 하게 된다.

원고 집필 같은 개인적 활동계획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아무런 대비 없이 사목현장에서 멀어지면 심리적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원로사목자와 교구 간의 소통도 한층 원활해야 한다.

현재 교구 현안이 원로사목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원로사목자들은 교구의 중요한 소식을 뒤늦게 전해들을 때마다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원로사목자와 교구를 잇는 전담사제가 필요한 대목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로사목자 노후복지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대전교구 김경호 신부는

"사제 문제는 사제만이 풀 수 있다" "원로사목자 목소리를 교구에 전하고 지원할

전담사제와 부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상자기자 참조>

 
 
#원로사목자를 위한 다각적 지원

 김경호 신부는 "원로사목자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사목적 대안을 마련하고,

그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런 틀을 마련하면

젊은 시절부터 원로사목자 생활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며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교회 원로사목자들의 경우 크루즈선 같은 대형선박에 승선해 활동하거나

상담자격증을 취득해 봉사하는 일을 찾는다.

의료비 감당에 대한 부담을 덜고,

바뀐 환경에 빨리 적응하기 위한 개인적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원로사목자를 위한 정서적, 심리적 지원 역시 중요하다.

한평생 본당사목 등에 전념하다 갑자기 바뀐 환경은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성심리상담가로 활동하는 서울대교구 홍성남 신부는

"평생을 사목현장에서 일하던 분들이 갑자기 환경이 바뀌면

정서적, 심리적으로 안정을 잃을 수 있다"면서

"'사제니까 스스로 잘 알아서 하겠지' 하고 생각하지 말고

교구 차원에서 활동의 장을 마련하고, 신자들은 정서적 후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지웅 신부는 "원로사목자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세워놓지 않으면

앞으로 교회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사제들 역시 해보지도 않고 공동생활을 못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낮은 자세로 생활하며 하느님을 만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pbc.co.kr
임영선 기자
hellomrlim@

사제 안식년 기회 두 번으로 늘려 은퇴 후 삶 준비할 시간 제공해야
(
원로사목자 노후복지에 관한 논문 발표한 김경호 신부)

"
안식년에 원로사목자가 된 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합니다."
 
김경호 신부는 "사제에게 딱히 노후준비 기간이 없는 게 현실"이라며 "

연배가 올라갈수록 더 큰 본당에서 주임사제로 사목하는 한국 현실에서 대부분의 사제가

60대에 정점을 찍고 아무런 준비 없이 원로사목자로 발령이 난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안식년을 두 번으로 늘려,

한 번은 재충전 기회로 삼고,

한 번은 은퇴 후 삶을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젊은 사제-안식년-중견사제-안식년-원로사목자-선종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으로 계획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로사목자가 될 현직 사제 역시 세대별로 구별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전쟁 이전 세대와 베이비붐 세대, 젊은 계층에 대한 욕구조사를 실시하고

이에 따른 맞춤 지원이 있어야 한다.
 김 신부는 "교구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원로사목자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교회 차원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