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_[우리 부부 이야기] 단순해져야 할 수 있는 것(2)
[우리 부부 이야기] 단순해져야 할 수 있는 것(2)
부부 동반 모임 때 가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한 집에서 한 가지씩 음식을 만들어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곤 합니다.
집집마다 준비해오는 음식이 제각각이라
매번 큰 잔치를 하는 듯하지만
중복되는 음식이 없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문제는 식사를 마치면 매번 음식이 남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내는 남은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 승용차 안에는 음식 냄새가 나고 가난했던 시절
어쩌다 음식을 얻어 먹었던 생각이 나 "제발 먹다 남은 음식을 싸들고 오는 궁상을
떨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도 "사람들이 가지고 가지 않아 버리게 되면 아깝다"며
결코 생각을 바꾸지 않습니다. 화가 납니다.
버릇을 고쳐주고 싶어 집으로 가져온 음식을 절대 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결국 집에서도 다 먹지 못해 남으면 버리게 되고 그렇게 하면
다시는 남은 음식을 가져오지 않으리라는 약삭빠른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우직한 아내는 냉동실에 음식을 넣어두고 끝까지 줄기차게 며칠씩 먹곤 합니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대책 없는 사람이다 싶어 마침표를 찍었지만
매번 자동차 안에서 음식 냄새가 방향제 역할을 합니다.
부부 동반이 아니라 남자들끼리만 만날 때는 순번을 정해 놓고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저녁식사 준비를 합니다. 열 명도 안 되는 남자들의 식사 준비는 재미도 있고
각자의 개성이 톡톡 튀는 작은 축제가 됩니다.
며칠 전 당번이 되신 분은 집에서 굴 떡국과 잡채를 준비해왔습니다.
굴이 들어간 떡국과 색다른 면을 사용한 잡채는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기에
모두들 과식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넉넉하게 준비해오셨기에 또 남았습니다.
마무리 정돈을 하던 분은 남은 음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렇게 맛있는 것을
아내랑 아이들에게 가져다주면 맛있게 먹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늦은 시간, 집에 돌아오니 둘째 딸이 "아빠 웬일이세요?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오실 때가 다 있네요"하고 말했습니다.
집에서는 야식파티가 벌어졌고 아내도 딸도 너무 맛있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때서야 그렇게 싫어하고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아내의 행동을
스스로 해버렸음을 깨닫게 됐습니다.
"엄마와 네가 잘 먹을 것 같아서 아무 생각 없이 싸들고 왔는데 왜 그래?"
그 작은 일은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평생을 효율적이어야 한다는 수만 가지 논리를 늘어놓으며 살아왔는데….
그런 옳다는 생각들이 목숨을 걸 만큼 그리 중요하지 않았구나!
아무 생각 없이 단순해져야만 구체적이고 진실한 사랑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