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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_[우리 부부이야기](29) 성모님 닮은 아내(상)

moses-lee 2013. 1. 31. 13:44

[우리 부부이야기](29) 성모님 닮은 아내(상)

 무릎이 아파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받아보지만 제대로 걸을 수가 없습니다.

더는 방법을 찾을 수 없어 한의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의사는 자기 몸이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오랫동안 아픈 채로 지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침을 맞은 다음 날 무릎이 너무 아파 파스를 꺼냈더니 아내가 "붙이지 마세요!

진통제를 자주 쓰면 병이 더 오래간다고 하잖아요"하고 말했습니다.

"사람이 아프다는데 덜 아프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약을 쓰지 말라니….

내 마누라 맞냐?"고 언성을 높였습니다.

 늘 그렇듯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제 머릿속은 복잡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뭐가 잘못됐는지, 누가 옳은지 분석하기 시작합니다.

 다투기 시작하면 아내는 한두 마디만 하고 말을 더 하지 않습니다.

마치 "난 내 의견을 말했을 뿐이고 받아들이는 것은 당신 몫"이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매사 분석을 해야 이해가 가고 답이 나와야 움직이는 남편과 반대로

아내는 분석하지 않습니다. 그냥 믿고 따르고 단순하게 즉시 행동에 옮깁니다.

저는 아내의 이런 삶의 태도를 30년 넘게 봐왔습니다.

 신혼 때는 도무지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싶어 더 실리적으로 살도록 고쳐주고 싶었지만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오히려 존중해줍니다. 제가 아내 태도를 존중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언젠가 동정녀인 성모님에 대해 깊이 배웠습니다.

동정녀가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하느님 뜻에 "예"하고 답하는 성모님 이야기를 듣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피정 중이었는데 몹시 불편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그대로 믿어야만 한단 말인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아내에게 그냥 집으로 가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더니

아내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웃기만 했습니다.

 마치 '나는 믿어지는데 왜? 당신은 믿지 못하지!'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웃음을 보며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내가 성모님을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울컥했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그 피정을 마쳤습니다.

 그 후로 이해되지 않는 아내의 행동을 볼 때마다 성모님을 떠올렸고 성모님을 닮은

마누라랑 살고 있다는 게 가끔 답답할 때도 있지만 큰 은총임을 깨달았습니다.

 며칠 전 미사 중에 "제 소원은 예수님을 닮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어느 신부님 말씀을 들었습니다. 저는 언제쯤이나 예수님을 닮을 수 있을까 싶지만

지금부터라도 다시 시작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