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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_[우리 부부이야기](20) 고통도 나눠 가졌어요(상)

moses-lee 2013. 2. 1. 09:06

[우리 부부이야기](20) 고통도 나눠 가졌어요(상)

 

'나도 아내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아팠습니다. 자질구레한 병명을 계급장처럼 달고 지내야 하는

통증 때문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아프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아내가 중요한 수술을 앞두고 있어 함께 병원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특별히 병원에 갈 일 없이 잘 지내왔는데

지난해부터 가족 모두가 병치레를 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중병은 아니지만 두 차례나 수술을 한 남편 때문에

아내는 여기저기 아픈 몸을 이끌고 함께 따라다녔습니다.

 다섯 식구가 모두 제각각 다른 병을 달고 병원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달력에 표시해둔 예약 상황을 점검하면서서로 날짜를 상기시켜주곤 합니다.

 아내가 입원을 앞두고 생활필수품을 찾아 가방을 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왜 이렇게 한꺼번에 아파야 하는 걸까,

한 사람이 완쾌된 후 다른 사람이 아프면 좋으련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번 수술했을 때에도 아내는 허리가 아파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퇴원하면서 팔에 무통주사통을 단 채 혼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에는 다행히 가슴 통증이 견딜만해 아내를 태우고 병원을 향해 달렸습니다.

아내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말 없는 아내를 흘깃흘깃 훔쳐보고 있는데

언젠가 아내가 "나는 당신을 위해 대신 죽을 수 있어"하고 말하던 생각이 났습니다.

 '나도 아내를 위해 대신 죽을 수 있어야 하는데…'하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아내의 고통을 나눠 갖고 싶다는 생각에

"예수님, 아내의 고통을 제게 나눠 주세요"하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고개를 돌려 아내를 바라보았습니다.

어두운 얼굴로 생각에 빠져 있던 아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방긋 웃었습니다.

 "걱정돼?"하고 물었더니 "아니, 괜찮아.

사실 당신이 더 환자인데 어떻게 해야 빨리 나으려나?"하며 오히려 저를 걱정해줬습니다.

 "분명히 무슨 까닭이 있을 거야. 지금은 우리가 왜 아파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지만

하느님은 사랑이시니까. 우리를 위해 특별한 계획을 마련해 두셨을 거야."

 아내는 "함께 기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하자"고 답했습니다.

 병원에 가니 많은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내가 화가 나면 제가 화를 풀어줬고 제가 화를 내면 아내가 풀어줬습니다.

병원의 착오로 병실에 들어가기 위해 한 시간 이상 기다리게 되거나,

주사 바늘이 잘못 들어가 피가 흘러도 잘 받아들였습니다.

 검사를 받는 동안 의사 선생님은 수술 절차를 설명해줬고,

혹시 있을지 모를 무서운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지를 시켜줬습니다.

그렇게 수술을 받을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습니다.

 병원에서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우리 가족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병치레를 허락하신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가족들과 서로 고통을 나눠 갖는 법을 배우고 훈련하도록 배려해주신

그분의 사랑이었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손세송, 배금자 부부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전 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