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_[부부이야기](17)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하)
[부부이야기](17)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하)
내가 사랑으로 대하면 상대가 침묵해야 할 때
언짢은 말을 해도 상처받지 않아
부부는 평생 함께 살면서 서로의 단점을 지적해주고 도와주지만
고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편도 아내도 서로 너무 잘 알고 있는 단점이기에 이야기를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침묵함으로써
그 단점을 내가 먼저 보완하며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문제 해결의 지름길임을 깨닫게 됩니다.
아내가 일을 현명하게 처리하는 때는 헤아릴 수 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무슨 옷을 어떻게 입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등…. 그런 면에서 아내의 의견은 항상 옳습니다.
그런일은 대부분 아내가 남편보다 훨씬 더 잘할수 있 일이기에 아내는 자부심을 느낍니다.
어쩌다 제가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경솔하게 말해버린 일 때문에
지인들과 관계를 어렵게 만든 적이 있었습니다.
아내는 잘 기억해뒀다가 시간이 지난 후 제게 알려줬지만 저는 화가 났습니다.
얼마 후 아내의 자부심을 건드렸습니다.
"당신이 모든 것을 잘 처리했고 옳았지만 '이걸 입어라, 이렇게 말해라'하고 시킬 때
나는 자존심이 뭉개지고 바보가 되는 것 같아서 매번 참을 때마다 고통스러워.
그러니 제발 남편의 자존심을 먼저 염두에 두고 말을 했으면 좋겠어."
그날 아내는 며칠간 계속된 과로로 심신이 극도로 피로해 있었고,
바로 그런 날 아침에 충격적인 말을 듣게 돼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습니다.
몇 분 후 아내는 갑자기 어지럽다고 했고 급하게 구급차에 실려 응급실로 갔습니다.
혈압이 오른 것입니다. 병원에 실려가는 아내를 동동걸음으로 바라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가슴이 미어졌습니다.
다행히 큰일이 일어나지 않고 안정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온 뒤에야 혀를 깨물었습니다.
'죽을 때까지 혈압이 올라갈 말은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
그때그때 말하고 싶은 것을 참고 쌓아두었다가
오히려 침묵해야 할 순간엔 말을 해버려 참담한 실패를 맛본 것이었습니다.
'침묵해야 할 때 침묵하지 못해 결국 아내 가슴에 상처를 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이 순간에 침묵해야 하는지, 아니면 말을 해야 하는지 짧은 순간
분별력을 발휘한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고 참기만 하면 내 가슴에 앙금이 쌓인다고
스스로 위로 아닌 위로도 했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 하루는 매 순간 사랑해야지'라는 결심으로 하루를 시작한 날은 달랐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 급하게 할 일이 생각나 바로 일상생활로 뛰어들 때는
사랑해야겠다는 결심을 잊어버리곤 했습니다.
아침마다 '매 순간 사랑해야지'하고 마음을 다진 날은 말해야 할 순간과
침묵해야 할 순간을 잘 분별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떤 상황에도 내가 사랑으로 대하면 아내가 침묵하지 않을 때 상처받지 않을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말도 사랑의 언어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