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들레 국수집 10주년을 맞이한 주인장 서영남씨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했다.

민들레 국수집 10주년 맞는 서영남씨
큰 꽃으로 피어난 작은 민들레 씨앗
주머니 탈탈 털어 마련한 3평 국수집
10년간 단 하루도 음식 떨어진 날 없어
기적처럼 이어진 도움 “모두 하느님 섭리”
▼ 민들레 국수집 10주년을 맞이한 주인장 서영남씨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했다.
인천시 동구 화수동 일대에서 ‘파더 베드로’로 통하는 전 수사
서영남(베드로·59)씨가 민들레 국수집을 연 지 4월 1일로 꼭 10년이 된다.
민들레 국수집 ‘VIP 손님들’을 비롯한 공동체 식구들은 인도 빈민촌에
‘마더 데레사’ 수녀가 있었듯이 서영남씨를 인천의 파더 베드로로 여긴다.
그래서 그런지 서씨는 지금도 ‘수사’로 불린다.
아내인 강 베로니카(56)씨도 남편에게 ‘수사님’이라는 호칭을 쓴다.
서씨는 수사로 불릴 때마다 “저는 전에 수사였지만 지금은 아닙니다”라고 손사래를 치곤 한다.
강 베로니카씨는 “수사는 ‘수호천사’의 줄임말”이라고 설명했다.
‘여보’라고 부르면 아내 한 사람만을 위한 남편이 되기에
모든 이를 위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아 꼭 수사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에서 서씨에게 ‘대표’라는 직함을 붙이는 것에 대해 서씨는 “
민들레 국수집 식구들은 아무 조직이 없이 한몸처럼 ‘유기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대표나 다른 직책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씨는 어떤 호칭을 쓰면 좋겠냐는 질문에 “형제, 자매가 제일 듣기 좋다”고 답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들레 국수집을 ‘무료 급식소’로 표현하는 것에 대해
“여기서 봉사하고 식사하는 모든 분들이 다 형제요 가족인데
부모가 자식이나 식구에게 밥을 차려주면서 급식한다는 말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씨는 여러 차례 미국 도로시 데이의 ‘환대의 집’을 모범 삼아
민들레 국수집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년 전 주머니를 탈탈 털어 마련한 300만 원으로 3평 넓이에서 문을 연 민들레 국수집은
단 하루도 음식이 떨어진 날이 없다.
밥이 없어, 김치가 없어 서씨가 발을 동동 구르고 있으면
기적같이 도움의 발길이 국수집을 찾아 왔다. 서씨는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라고 말한다.
10년이 지난 지금 민들레 홀씨에서 엄청난 꽃이 피어났다.
노숙인 자립지원사업, 민들레꿈 어린이밥집, 민들레 진료소, 민들레 희망 지원센터 등등
나열하기도 벅차다. 지난 2일에는 어르신만을 위한 민들레 국수집도 개업했다.
서씨에게는 ‘꿈’이 하나 더 있다. 필리핀 빠야따스에 민들레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이미 2011년부터 빠야따스 어린이들에게 옷과 생필품을 지원했고
지난해 중고생 104명에게 1년치 장학금을 보내줬다.
서씨 부부는 오는 4월 8일 빠야따스 현지를 찾아가 꿈을 영글게 해
2014년4월 민들레 국수집 11주년에 필리핀에도 민들레 꽃을 피울 청사진을 한창 그리는 중이다.
박지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