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회고록(류진선 레오 신부님의 약10여년전 주보에 실린 글) 퍼왔습니다
속담에 말하기를 "사람을 보려면 그 후반(後半)을 보라" 하였으니 참으로 명언(名言)이다.
실로 마지막을 잘하여 일생의 허물을 덮고 훌륭한 이름을 남긴 사람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일생의 말로(末潞)인 만년은(晩年)은 참된 사람이 마땅히 정신을 백배할 때이다.
일생의 황혼, 인생의 가을을 아름답게 장식하고 뜻있게 누리려면
젊었을 때 미리 준비가 있어야 하지만
사람은 다른 동물과 달라 만년의 좋은 사업과 훌륭한 죽음으로써 무위(無爲)의 일생을 돌려서
광망(光芒)의 일생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참된 사람은 말로와 만년을 위하여 그 정신을 마땅히 평상의 백배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장경에 "게으름은 죽음의 길이요. 노력은 삶에 길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게으르고, 지혜있는 사람은 노력하고 정진(精進)하는 것이다.
" 눈을 감고 고요히 지나간 반생(半生)을 생각해보니 부끄러워서 사람을 대할 면목이 없다.
짧지 않는 70년 아니 사제생활 40년 동안에 나는 과연 세상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얼마나 보람있는 일을 했던가?
오직 개미 새끼처럼 터럭 끝같은 나의 이(利)를 쫒아서 헤매지 않았던가?
정자(程子)는 [양기소발(陽氣所跋)에 금석가투(金石可透)요.
정신일도(精神一到)에 하사불성(何事不成)이리요.]하였고
칼라일은 [아무리 약자라도 그 전력을 한가지 목적에만 집중하면 성공하지 못할 것이 없고,
아무리 강자라도 여러가지 목적에다 그 정력을 분산시키면 한 가지 일도이루지 못한다.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는 물이라도 일정한 곳에만 부절(不絶)히 떨어지면
능히 암석이라도 뚫을 수 있고,
노루하는 급류라도 암성(岩上)에 분산하면 아무 흔적을 남기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중국 고사에 우공(寓公)의 "이산지변(移山之辨)"이라는 말이 있다.
내용인즉 어떤 사람이 매일 자기 집 앞의 산을 허물고 있었다.
길 가던 사람이 그 연휴를 물으니 대답하기를
"앞산이 가로막혀 집에 햇빛이 들지 않으니 산을 파서 옮기려 한다."고
이 말을 듣고 있던 사람이 말하기를
"어리석은 사람 다보겠네, 산이 막혀 집에 햇빛이 안 들면 집을 옮길 일이지
어찌 그 큰 산을 옮기겠다는 건가? 하며 혀를 차며 지나갔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고사가 마음에 든다.
성실하게 노력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삶의 길이라고 나는 항상 믿고 싶다.
과거에 받았던 은혜를 추억만 하고 앉은 것은
마치 7,8십 된 노인이 옛날 호랑이 잡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이 시루를 메고 가다 떨어뜨려 깨치고는 돌아다보지 않고 가니
뒤를 좇아가던 사람이 그 이유를 물으니 시루가 이미 깨졌는데 돌아보면 무슨 유익이 있으리요] 하였다는 말이 있다.
우리 뒤에 실패가 있어도 잊어버리고 전진할 뿐이다.
나는 최선(最善)을 과거에서 찾지 않으련다.
미래에 구하련다.
내가 최선을 다 해서 살았다고 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세상에서 내가 실패한 인간이었다 할지라도
내가 나의 최선을 다했다고 할 때 나의 앞에는 반짝이는 별이 영원히 어릴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영원한 생명의 기원(基願)을 찾기 위해서 앞으로, 앞으로 전진할 뿐이다.
나의 최후 임종의 마지막 숨을 거둘 순간까지....
성당 주보에서 / 류진선(레오)_ 은퇴하신 신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