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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_남자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moses-lee 2012. 7. 16. 09:00

이의수의 남자의 생존법

남자도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남자와 여자는 서로 원산지가 다르다. 남자는 화성 출신이고, 여자는 금성 출신이다.

남자와 여자의 공통점을 찾자면,

그들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거의 찾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일지 모른다.

그러므로 인생에 반응하는 방식 또한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르다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남자와 여자는 스트레스를 받는 대상도 다르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다르다.

눈앞에 골치 아픈 문제가 생겼을 때 여자는 해법을 찾기 위해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하지만,

남자는 문제를 정면으로 마주 볼 만한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남자들은 혼자 있고 싶어 하지만,

여자들은 그남자를 붙잡고 그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든걸 이야기하고 모든 걸 듣고 싶어 한다.

하지만 남자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잠깐 동안이라도 정신을 식히고 싶어 한다.

남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직장과 가정, 그 가운데쯤 존재하는 자기만의 공간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남자가 원하는 것은 자기만의 여유다.

다음 공간으로 투입되기 전에 남자는 그곳에서 에너지를 충전한다.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 남편에게 반 토막이라도 여유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간파하고

배려할 줄 아는 아내라면, 그녀는 지혜로운 여성이다.

 

우리네 주택 구조에서 남자 자신만의 공간이 있던가.

요즘의 아파트 구조에서 남자들이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그 공간을 가진 남자와 그렇지 않은 남자의 삶은 현격하게 달라진다.

그곳은 남자에게 삶의 쉼표와도 같은 공간이다. 그곳에서 남자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낸다.

그곳은 남자만의 은밀한 ‘동굴’과도 같다.

남자는 모든 것으로부터 물러나 거기서 쉼을 누리며 재충전을 한다.

그곳에서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설계한다.

 

그 공간에서 남자는 자신의 삶에 거리 두기를 할 수 있다.

세상에서 무한 속도로 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부터 한 발 뒤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

마트에 가는 일부터 학원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를 데리러 가는 가사 잡무까지,

그 모든 걸 잠시 미뤄두고 남자는 혼자만의 공간에서

아버지와 남편으로서의 자기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다.

 

결코 만만하지 않은 삶의 여러 과업들에서 한 발짝 물러나 자기 삶을 내려다보며, 어느 방향으로

길을 잡아야 할지 현명한 결정을 내리고 싶어하는 것이 남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다.

남성전문가 스티브 파라는 “미국의 모든 자녀들은 엄격한 도덕적 상징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엄격한 도덕적 상징은 아버지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의 수십만 아이들이 자기에게 ‘안 돼’라고 말할 만큼 자기들을 사랑하는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찾으며 학교와 거리와 백화점을 배회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자녀들 앞에서 중심을 잡고 살아가는 본이 되는 아버지가 되려면

세상에 밀리지 않는 힘을 길러야 하며,

그 힘은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줄 아는 남자만이 가질 수 있다.

 

남자들에게 고독은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있다. 친밀한 관계가 필요한 동시에 혼자만의 시간도 필요한 것이다.

사람에게는 고요함이 필요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책을 읽기도 하고, 편지를 쓰기도 하고, 산책을 하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때론 아무 생각 없이 창밖을 내다보기도 하다가

남자들은 힘을 얻고 밝은 세상으로 나오기도 한다.

인생에서 가장 값비싼 시간대인 프라임 타임은

이와 같이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남자들의 내적인 힘에 의해 채워진다.

문화일보 : 2012 0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