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애들만도 못한 성인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이야기라서...)
일곱 살 때
강원도 깊은 산골
거기에서 아직도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지금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그 둥그런 모양의 빵
그 빵을 나눠주던 날이면
동네 아이들과 빙 둘러서 서로 고사리 같던 손을 뻗쳐내던 때
한 줄로 꼬마들을 세우시며 하시던
그때 군인아저씨의 말씀이 기억납니다.
"얘들아! 한 줄로 서거라.
하나 앞에 한 개씩이다. 너희 중에 누구 두 개 받으면 다른 친구가 먹을 수 없단다"
유치원이 그립던 그 시절
아직도 조개탄 시커먼 연기에 빵 배급을 받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때 다 배웠는데,
그때 모든 이들이 다 나의 스승이었는데,
그때 모든 이들이 서로 나누며 사랑하며 살아가라고 들었는데,
세월이 지난 지금,
그 군인 아저씨의 말씀을 기억하지 못하고
서로 내 것을 달라고
줄 하나 맞추지 못하고
이젠 다 커버린 손을 내어놓고
낚아채듯 빵을 뺏는
오늘의 나는
일곱 살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곱 살에서 하나도 자라지 못한
부끄러운 내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