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교회의 희년 정신을 구현하기 위해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신 ‘가난과 겸손’의 길을 함께 걷고자 합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200년여의 역사 속에서 참으로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내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안고 있기도 합니다. 오늘날 외적·양적 성장으로 대형화하는 우리 교회가 이 시대에 과연 복음 정신에 따라 올바른 길을 걷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초대교회의 신자들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가난과 겸손을 따라 “소유한 모든 것들에서 멀어지고 영신적 가난을 통해서 천상 보화로 부유해지고 사도들의 가르침에 따라 세상에서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고 그리스도와 함께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것을 즐기게 되었습니다”(성 대 레오 교황의 ‘참된 행복에 대한 강론’에서(Sermo 95,2-3: PL 54,462), 성무일도 연중 제22주간 금요일 독서기도). 대 레오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이 ‘영신적 가난’이 50주년 희년을 맞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신앙의 가치로 다가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기”(야고 2,5) 때문입니다. 그것은 또한 우리가 세례를 통해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났을 때의 열정과 구원을 향한 강한 열망을 되찾는 것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