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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_[우리 부부이야기] 아내가 예수님이라면(1)

moses-lee 2013. 1. 30. 10:09

[우리 부부이야기] 아내가 예수님이라면(1)

휴대전화 빼앗으려고 내민 손은 …


천생연분인 부부도 많지만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도 그에 못지않다. 한 설문조사 결과 부부 신자 절반 이상이 '이혼을 고려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부부문제는 교회 안에서도 대처가 시급한 사목 현안이다. 부부 간 갈등을 극복하면서 혼인에 대한 부르심, 그 거룩한 성소를 매 순간 기쁨으로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저는 전기 기술자입니다. 밤에 운전을 하며 강변도로를 지날 때면, 아름다운 야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름다운 조명을 보면 내 직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던 언제부턴가 이곳저곳에서 가정생활에 관한 특강에 불려 다니며 강사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쁘게 기꺼이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우리 부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그림=임선형


 아내와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 한쪽 편에서 한 상인이 양미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옛날 연탄불에 구워먹었던 양미리가 참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가던 길에서 몇 발자국을 되돌아가 한 두름을 샀습니다. 아내는 양미리가 든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기뻐했습니다. 저도 입맛을 다시며 오늘 점심은 양미리구이를 먹으리라 상상하니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남들은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둘이 같이 있는 것이 적응이 잘 안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하루 세끼 밥상을 같이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미사 중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안 된다고 휴대전화를 꺼두었던 아내가 성당을 나오며 휴대전화를 다시 켰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처럼 많은 이들과 연락을 하는 아내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에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있으면 심통이 납니다. 제가 양미리를 사는 동안 아내에게 이미 문자가 몇 통 와 있었습니다. 아내는 걸어가면서 까만 비닐봉지를 팔목에 걸고 두 손으로 답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제 머리 속에 있는 '판단 계산기'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저놈의 휴대전화를 확 빼앗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미사 중 떠올랐던 예쁜 마음을 나누고 싶었는데 '다른 곳에 마음이 빼앗긴 아내의 껍데기만 같이 가고 있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확 빼앗아 버리고 싶어 내민 손은 까만 비닐봉지를 잡았고, 심통을 부려야 할 입에선 "내가 들고 갈게"란 말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선뜻 비닐봉지를 제게 건네주고 가벼워진 두 손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울컥 목이 메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내 맘에 들도록 뜯어고치고 싶었던 지난 시절 같았으면 싸움으로 번질 작은 사건이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에게 맞춰 살아온 훈련이 오늘의 이 행복을 가져다줬습니다.

 아내는 문자를 보내면서 다른 사람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 예수님께서 아내와 나 사이에 계셨기에 우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죽어서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앞당겨 누리고 있었습니다.



손세공ㆍ배금자 부부


 손세공(비오, 58)ㆍ배금자(가타리나, 59)씨 부부는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책임자로 10년 넘게 봉사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을 돕고 있다. 저서로는 「먼지가 되어」 「아빠 최고의 아들이 되세요!」가 있다.
[우리 부부이야기] 아내가 예수님이라면(1)

휴대전화 빼앗으려고 내민 손은 …

 

 천생연분인 부부도 많지만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부부도 그에 못지않다. 한 설문조사 결과 부부 신자 절반 이상이 '이혼을 고려해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그만큼 부부문제는 교회 안에서도 대처가 시급한 사목 현안이다. 부부 간 갈등을 극복하면서 혼인에 대한 부르심, 그 거룩한 성소를 매 순간 기쁨으로 살아가는 한 부부의 이야기를 연재한다.

 

 저는 전기 기술자입니다.

밤에 운전을 하며 강변도로를 지날 때면, 아름다운 야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름다운 조명을 보면 내 직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그러던 언제부턴가 이곳저곳에서 가정생활에 관한 특강에 불려 다니며

강사라는 호칭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기쁘게 기꺼이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창피함을 무릅쓰고 우리 부부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내와 성당에서 미사 참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거리 한쪽 편에서 한 상인이 양미리를 팔고 있었습니다.

아내는 옛날 연탄불에 구워먹었던 양미리가 참 맛있었다고 했습니다.

 가던 길에서 몇 발자국을 되돌아가 한 두름을 샀습니다.

아내는 양미리가 든 까만 비닐봉지를 들고 기뻐했습니다.

저도 입맛을 다시며 오늘 점심은 양미리구이를 먹으리라 상상하니 입에 침이 고였습니다. 남들은 퇴직하고 집에 있으면 둘이 같이 있는 것이 적응이 잘 안된다고들 하는데,

저는 하루 세끼 밥상을 같이 하는 것이 행복합니다.

 미사 중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안 된다고 휴대전화를 꺼두었던 아내가

성당을 나오며 휴대전화를 다시 켰습니다.

 사업하는 사람처럼 많은 이들과 연락을 하는 아내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에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고 있으면 심통이 납니다.

제가 양미리를 사는 동안 아내에게 이미 문자가 몇 통 와 있었습니다.

아내는 걸어가면서 까만 비닐봉지를 팔목에 걸고 두 손으로 답장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제 머리 속에 있는 '판단 계산기'에 전원이 들어오면서

'저놈의 휴대전화를 확 빼앗아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서 미사 중 떠올랐던 예쁜 마음을 나누고 싶었는데

'다른 곳에 마음이 빼앗긴 아내의 껍데기만 같이 가고 있구나' 싶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휴대전화를 확 빼앗아 버리고 싶어 내민 손은 까만 비닐봉지를 잡았고,

심통을 부려야 할 입에선 "내가 들고 갈게"란 말이 나왔습니다.

아내가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선뜻 비닐봉지를 제게 건네주고 가벼워진 두 손으로 문자를 보냈습니다.

행복했습니다. 울컥 목이 메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 아내를 내 맘에 들도록 뜯어고치고 싶었던 지난 시절 같았으면

싸움으로 번질 작은 사건이었지만,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아내에게 맞춰 살아온 훈련이

오늘의 이 행복을 가져다줬습니다.

 아내는 문자를 보내면서 다른 사람 안에 계신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 예수님께서 아내와 나 사이에 계셨기에 우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죽어서나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앞당겨 누리고 있었습니다.

▨손세공ㆍ배금자 부부


 손세공(비오, 58)배금자(가타리나, 59)씨 부부는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책임자로 10년 넘게 봉사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가정들을 돕고 있다.

저서로는 「먼지가 되어」 「아빠 최고의 아들이 되세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