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 이야기를 마치면서(34-끝)
요즘은 지방에 특강(?)을 간다는 명분으로 매주 여행을 다닙니다.
나이를 먹어도 나들이는 언제나 설렙니다.
자동차가 빼곡하게 들어선 고속도로에서 마음이 차분해져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바라보았는데 아내는 이미 꿈나라에 있습니다.
재미없는 여자, 목석 같은 여자인 것은 진작 알고 살아왔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분위기 좋을 때 잠에 곯아 떨어진 모습을 보면 기운이 빠집니다.
그렇다고 깨워본들 달콤한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 같지 않아 그냥 내버려 둡니다.
아내는 아침부터 일찍 일어났습니다. 제가 강의 원고를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아내는 반찬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너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이들이 먹을 반찬도 준비하고 청소하는 모습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다 커서 어른이 됐는데 굳이 저렇게 다 해줘야 하나?
하는 의문이 들어 그냥 아이들이 알아서 하도록 내버려 두고 가자고 했더니
"나는 엄마예요"하며 사랑 실천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나온 아내는 고단한지 졸고 있었습니다. 당연했습니다.
아내가 언제나 집안일에 지쳐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틈만 나면 잠을 자는 여자라고 잘못 생각해온 것을 왜 이제야 헤아리게 되었을까요.
지난해 말, 우리 부부 이야기를 써보자는 제의를 받았을 때
부부가 살아가면서 할 이야기가 뭐 그리 있으랴 싶어 망설였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하느님의 계획이려니 싶어서 덕컥 대답을 했습니다. 매주 글을 쓰면서 우리 부부의 삶을 더 세심하게 들여다봤습니다.
아내 입장을 깊이 헤아려보게 되었고,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또 내가 왜 이렇게 행동했는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건성으로 생각했던 우리 부부의 삶을 마치 다른 부부의 삶을 들여다보듯이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아내는 단순히 내 몸에 달린 팔다리처럼 내가 필요할 때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는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음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라낸다는 것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
배우는 계기였습니다. 저도 아내를 위해 내어놓아야 할 몫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내가 아이들을 위해 어느 것도 계산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내어놓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저도 아버지로서 아내를 닮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제 자신의 부족한 점들을 찾아내면서 덕분에 한발 더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을 통해 우리 부부의 치부를 드러냈지만 금년은 평생을 살아오면서
제일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글을 쓰면서 아이들에게는 내어주는 삶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확실하게 가르쳐주는 귀한 기회도 함께 얻었습니다.
이제는 아내가 잠에 곯아떨어지지 않도록 평소에 미리 집안일을 거들고 싶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평화신문 관계자 여러분과 지금까지 재미 없는 우리 부부 이야기를
읽어 주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언제나 깊은 관심으로 배우자를 바라보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손세공·배금자 부부
(포콜라레 새가정운동 전 책임자)
※ 지금까지 '우리 부부 이야기'를 집필해주진
손세공ㆍ배금자 부부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