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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_[우리부부 이야기](31) 하늘에 도달한 총알기도

moses-lee 2013. 1. 31. 13:39

[우리부부 이야기](31) 하늘에 도달한 총알기도

"인간적인 생각으로 꿈틀대는 나의 옮음이여,
서랍 속에서 기다려라"

 대장이 튼튼하지 못한 저는 발이 차다고 느낄 때

덧버선을 신어 발을 따뜻하게 하지 않고 견디다 결국 배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배탈을 몇 번 경험한 뒤로 안방의 책상 근처엔 발에 신는 덧버선, 배에 차는 복대,

무릎ㆍ팔꿈치에 차는 압박 벨트 등 자질구레한 것을 항상 손에 잡기 편한 곳에 놓아둡니다. 필요하다고 느끼면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놓아두는 것이지요.

 아내는 정리 정돈해서 예쁘게 놔두면 좋을 것을 왜 그렇게 놓느냐며

자기 방식대로 정돈합니다.

아내 방식대로 내버려 두지만, 막상 제가 사용하고 싶을 때 위치가 바뀌어 있으면

찾아야 할 때 화가 납니다.

 우리 집이 액세서리 판매하는 곳도 아니고 책상이 무슨 진열장도 아닌데

왜 내 공간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돈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어질러 놓는다고 하지만 제 입장에선 어질러 놓는 것이 아니라

제 나름의 정돈 방법입니다.

서로 양보하고 참아주면서 지내야 하지만 이 문제는 고칠 수 없는

각자의 한계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절대로 서로를 인정할 수는 없습니다.

눈에 보이면 거슬린다는 아내와 안 보이면 찾기 불편하다는 제 의견은 아침이면

태양이 떠오르는 불변의 진리처럼 각자에겐 결코 변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옳음'입니다.

 며칠 전 집에 귀한 손님 한 분을 초대해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전날 장을 보고 당일 집을 청소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복대, 압박벨트, 덧버선을 한곳에 얌전하게 모아 뒀는데

아내는 한곳에 모아둔 것으론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다시 놓인 순서를 바꿔 밑에는 덧버선 그 위에 압박 벨트, 맨 위에 복대를 쌓아

새로 정돈하고 있었습니다.

 안방 문 앞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부탁인데 당신 생각을 좀 잊어버리면 안 되겠니?

나도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 했단 말이야"하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즉시 가슴으로 기도했습니다.

 '주님 도와주셔요! 제가 잘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셔요!' 제 기도는 하늘에 도착했습니다. 아내는 부엌으로 갔고 저는 다시 그것들을 들어서 모두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버렸습니다.

 아예 눈에 보이지 않게 숨겨 놓는 것이 아내의 정돈 방식임을 알고 있었고

오늘 아내는 남편을 배려해 서랍 속에 넣지 않고 눈에 보이는 곳에 놓은 것이

이해가 갔습니다.

 서랍 속에 넣어두는 것이 아내를 진정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랍 문을 닫고 난 순간 '존중'을 훌쩍 뛰어넘어 '인정'을 살아내고 싶었습니다.

"인간적인 생각으로 꿈틀대는 나의 옳음이여, 서랍 속에서 차분히 기다려라.

" 제 자신을 다독였습니다. 손님은 초대에 감사하며 예쁜 꽃병 한 개를 선물로 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