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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_[우리부부이야기](28)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보물

moses-lee 2013. 2. 1. 08:49

[우리부부이야기](28)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보물

 

이제 집 안에 필요한 살림살이가 내 눈에도  들어와 기쁘고 행복

 

 30여 년 전 사회초년생 가장이 벌어오는 돈은 넉넉하지 못했습니다.

가난했던 우리는 신혼 초에 열심히 일해 월세방을 얻었습니다.

작은 냉장고를 한 대 들여놓고 큰 부자가 된 듯 행복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몇 년 후 세탁기 한 대를 구입했을 땐 "앞으로 집안의 모든 빨래는 내가 하겠다"고 장담하며 호기를 부리던 기억도 있습니다.

 적은 월급이었지만 아이의 장난감을 사 들고 퇴근하는 날이면

좋은 아빠가 된 듯 착각에 빠지곤 했습니다.

하루는 기분 좋게 딸에게 장난감을 쥐어주는데 아내가 옆집 아이들이 입다가 버린 옷을

슬그머니 입혀놓은 모습을 봤습니다.

사들고 온 장난감을 내던지며 "우리가 거지냐?"고 벌컥 화를 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첫딸에게 온갖 좋은 것을 다 해주고 싶은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정머리 없는 여자라고 소리쳤습니다.

그 시절 아내는 그렇게 다른 집 아이들이 입다가 버린 옷을 얻어다

첫딸에게 입히곤 했습니다. 나도 자존심이 있는 남자라고 화를 내던 때였습니다.

 그렇게 지냈던 우리가 이제는 새 물건을 사서 쓰는 것처럼 남들이 버린 물건을

주워다 쓰는 일에 많이 익숙해졌습니다.

신혼 초 의견 차이는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누가 옳은지를 거듭 살펴보며

상대방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생각을 서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결국 아내의 뜻을 따랐습니다. 새로운 살림살이를 구입해서 쓰는 것만이

행복의 전제조건이 아님을 저도 수긍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사용하지 않게 된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지 말고

즉시 내다버리자는 제 의견과는 반대로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아내의 판단도 존중하게 됐습니다.

 잘 알고 지내던 이웃이 집을 수리하기 위해 잠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날이었습니다. 이사를 도와주려고 갔는데 쓸모없어져 버리려고 쌓아둔 쓰레기 더미 속에

큼지막한 플라스틱 바구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집에서 가끔 세탁이 끝난 빨래를 꺼내다 널 때마다 바구니가 작아 흘러넘쳤기 때문에

천천히 한 개씩 탁 탁 털어서 널어야 한다는 아내의 부탁을 온전히 들어주기 어려웠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 바구니가 안성맞춤이었습니다.

바구니를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데 얼마나 기뻤던지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바구니를 갖게 된 것뿐 아니라

이제 내 눈에도 집 안에 필요한 살림살이가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더 기뻤습니다.

필요한 살림살이가 눈에 띈다는 것은 집안일을 나의 일 혹은 너의 일로 구분을 지어

살아온 악습을 벗어던졌다는 확인을 마치 하늘에서 받은 것 같았습니다.

 아내도 무척 기뻐했습니다. 아내 역시 바구니도 좋지만

남편이 밖에서 필요한 살림을 알아보고 챙겨온 것이 더 기쁘다고 했습니다.

몇 년을 사용하다 보니 이제 거실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이나 마트를 둘러보면 새로운 장판을 장만할 수 있겠다 싶지만

결코 버리기는 싫었습니다.

거실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접착제로 정성스럽게 붙였습니다.

아내와의 사랑을 소중하게 보존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