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부이야기] (19) 물과 기름 같은 부부
저렇게 단순한 사랑만이 세상을 기쁘게 살 수 있는 비결이거늘…
사용하던 휴대전화기가 너무 오래돼 이런저런 일로 불편했습니다.
매번 새로운 휴대전화 사용법을 배우는 게 번거롭게 느껴졌고,
문제가 생길 때마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곤 했습니다.
아이들은 공짜로 주는 휴대전화기도 많으니 제발 좀 바꾸라고 했습니다.
쉽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왜 굳이 힘들게 살아가는지 답답하다고 이해할 수 없다고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멀쩡한 휴대전화기를 버리는 걸 보며 '아주 돈이 남아도는구나!'하고 판단을 했고,
전화번호가 변경됐다는 지인의 문자나 연락을 받으면 "가뜩이나 할 일이 많은데
다른 사람 불편할 것을 미리 헤아릴 줄도 모르고 일을 만든다"며 툴툴거리곤 했습니다.
휴대전화기를 바꾸는 게 좋은지 불편하게 쓰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이
사랑의 행위인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심했습니다.
몇몇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었는데 제각각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모두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들 했습니다.
아무도 틀린 사람은 없었습니다.
모두 나름대로 확고한 의견이 있었고, 또 나름 다 옳다는 생각이 들어
'나와 다를 뿐, 옳고 그름을 판단하지 말아야겠다'고 깨달은 적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아내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물었더니 단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불편하면 당장 바꿔야지"하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이런저런 의견을 저울질하지 않고 단지 편하게 지내라는
단순한 사랑의 답을 주었습니다.
며칠을 두고 옳고 그른지를 계산하던 자신을 들여다보며 단순하지 못한 것에
조금 창피했습니다. '저렇게 단순한 사랑만이 세상을 기쁘게 살 수 있는 비결이거늘….'
앞에 앉은 아내 얼굴이 예쁘게 보였습니다.
"여보! 당신은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더 예뻐지는 것 같아"하고 말했더니
아내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바꾸라고 이야기해줘서 아내가 예뻐 보인 게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성격이 남극과 북극 같은 우리 부부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깨달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와 내가 다르기에 아내의 부족함은 내가 채워주고,
내 부족함은 아내가 메워주고 도와줘서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살 수 있는 건 함께 살도록 계획하신 그분의 완벽한 계획이었습니다.
내가 아내를 받아들이도록, 아내가 나를 받아들이도록 서로에게 부족함을 마련해주신
그분의 사랑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내는 내 마누라가 아니라 또 다른 고귀하고 거룩한 인간이자 한 인격체로
이 세상에서 훌륭히 자기 몫을 해내고 있는 또 다른 성모님이었습니다.
그분의 선물이었습니다.
새 휴대전화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낑낑대는 나를 큰 가슴으로 격려하는 아내에게
내 가슴도 당신을 닮을 만큼 넓어졌다고 이제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