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이야기](16) 말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상)
부부들이 살아가면서 알아야 할 지혜가 있습니다.
"부부는 마음속에 '꽁'하고 담아두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혼자 속을 끓이지 말고 그때그때 풀어야 합니다. 감춰두는 것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니 부부는 살아가면서 많은 대화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참는 것이 미덕입니다. 참고 견디다 보면 언젠가 이해받게 될 날이 옵니다.
어찌 세상을 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살 수 있을까요.
그냥 어금니 지그시 깨물고 참으세요. 침묵이 가장 강한 말입니다."
완전히 상반되는 두 가지 이야기는 부부들에게 어떻게 처신하라는 것인지
더 헷갈리게 합니다. 이 이야기를 잘 정리하게 해준 사건이 터졌습니다.
아내는 워낙 사려가 깊지만 한편으론 단순해서 말을 불쑥 뱉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되돌아갈 수 없는 길을 가다가 절벽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아득합니다.
최근 수술한 팔이 통증이 심해서 얼음찜질을 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깊은 잠을 자지 못했고 통증 때문에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팔을 움직이기 힘들어 아내에게 얼음주머니를 부탁했고 찜질을 한 후
겨우 일어나 아침식사를 했습니다.
식사를 마칠 때쯤 아내가 지금 한 부인을 만나러 가는데 괜찮으면 함께 가서
그 부인의 컴퓨터를 손봐줄 수 있는지 물었습니다. 아득했습니다.
남편이 아파서 힘겹게 지내는 것을 알면서도 아픈 몸을 이끌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러 가자는 말을 하는 아내를 보며
'도무지 이 사람이 생각이 있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싫어 안 갈래" 하고 한마디 뱉고 나서 짧은 순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내는 아차 싶었는지 "급한 것도 아니고, 굳이 오늘 가지 않아도 된다"며 뱉은 말을 주워 담고 싶어했습니다.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드러눕고 양팔로 두 눈을 가렸습니다.
아내가 남편 고통엔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는 사람처럼 여겨졌습니다.
머릿속에선 '침묵은 금이다, 침묵은 금이다'를 되뇌었습니다.
아내는 서둘러 현관문을 나섰습니다. 무언가를 잊고 나갔는지 들락날락 하다가
총총히 걸어 나갔습니다. 침묵했어야 하는 순간임이 분명했습니다.
내가 참아내고 있으면 내 속은 숯처럼 까맣게 타들어가고,
반면 화가 난다고 다 퍼부으면 아내의 화를 돋우게 하거나 절망에 빠뜨리게 합니다.
아내가 나간 다음 곰곰이 생각에 빠졌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화해도 하지 못하고 서둘러 나간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다음에 가자. 오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잘 못 도와줄 것 같아" 하고 말해야 했지만
침묵해버렸구나 반성했습니다.
'한마디만 해줬어도 아내는 기쁘게 나갔을 것을, 바보처럼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했구나' 하는 후회가 됐습니다.
운전하느라 문자도, 전화도 받지 못하겠지만 마음은 전해지리라 생각하고
아내가 나간 현관문에 대고 혼자 말했습니다.
"운전 조심하고, 아침에 있었던 일은 그냥 잊어버리고 편안하게 생각하고 잘 다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