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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_[우리 부부이야기](15) 말없이 기다려준 아내 덕에 운전습관 고쳐

moses-lee 2013. 2. 2. 09:00

[우리 부부이야기](15)

말없이 기다려준 아내 덕에 운전습관 고쳐

부부 피정을 마치고 아내를 위해 뭔가 하나는 바꿔야겠다고 마음 먹어...

 

 신호등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정지선 앞에 자동차를 정지시켰습니다.

멈춰 기다리고 있는데 무의식 중에 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쉬는 숨결, 들이마시는 숨결 하나조차도 당신께 영광이 되게 하소서.'
 스스로 깜짝 놀랐습니다. "아니 내 입에서 이런 기도가 다 나오다니" 놀라고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고 다시 자동차를 출발시켰습니다.

 20여 년 전 일들이 영화처럼 떠올랐습니다. 제 운전 습관은 완전히 난폭운전이었습니다. 앞서 가는 자동차가 없으면 속도는 무제한이었고 사고가 안 나겠다 싶으면

신호 위반도 밥 먹듯 했습니다.

아내는 조수석에 앉으면 자연스레 손잡이를 잡았고

어쩌다 옆을 슬쩍 훔쳐보면 눈을 감고 있었습니다.

어쩌다 갑자기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그때부터는 자동차 경주를 하듯 기어이 따라잡아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처음 자동차를 장만하고는 난폭운전을 하는 것이 운전을 잘하는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조금 천천히 가자"는 이야기를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 부부피정 중에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실천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화살처럼 가슴에 꽂힌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피정을 마치고 아내를 위해 뭔가 한 가지라도 바꿔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려고 자동차를 타는 순간,

옆 좌석에 앉자마자 손잡이를 잡는 아내를 쳐다보며 다짐을 했습니다.

아내가 편안한 마음으로 차를 타고 다닐 수 있도록 운전습관을 고쳐야겠다고.

 그날부터 아내는 손잡이를 잡지 않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다닙니다.

별것 아닌 것 같은 습관 하나를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제가 단점을 스스로 깨달을 때까지 기다려준 아내의 변함없는 태도가 큰 몫을 했습니다.

말하지 않고 기다려주는 모습은 악을 쓰며 대드는 사람보다 훨씬 더 무섭습니다.

아내의 초지일관한 모습이 이렇게 열매를 맺었구나 싶었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아무도 잔소리를 하지 않는 자동차 안에서

교통법규를 잘 지키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일상의 작은행위 하나가 하느님께 영광이 되도록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의 변함없는 기다림이 날 변화시켰다는 깨달음을 얻고 온종일 운전을 하면서

'하느님께 영광이 되는 일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러다 '만약 내가 가장이라는 이유로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는 게

삶을 사는 이유의 전부라면 슬프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세상 사람들과 조금도 다름없이 먹고 자고 쉬면서 일을 하는 것은

가장이기 때문이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사랑 때문이어야 한다고 가르쳐준

아내의 말이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