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가정_[우리부부이야기] (7) 여보! 그냥 바로 가자

moses-lee 2013. 2. 3. 07:37

[우리부부이야기] (7) 여보! 그냥 바로 가자

 

- 지금 이 순간이 하느님 뜻 실천할 때

 

충청도에 있는 한 성당에 특강을 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아침에 회사에서 회의를 주관해야 하는 날이었고 만나야 할 사람도 많았습니다.

몸과 마음이 편안해야 생각도 깊이 할 수 있고 모임에 집중할 수 있기에

저녁에 큰 모임이 있으면 가능한 한낮에 짧은 휴식이라도 갖고자 노력을 하는데 이

날은 일이 밀려서 도저히 쉴 수가 없었습니다.

가까운 지인 한 분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었는데, 빨리 병문안도 가고 싶었습니다.

저녁에 병문안도 가야 하고, 강의도 가야 하고,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밀리게 되면서

서서히 신경이 날카로워졌습니다.

결국 쉬지 못했고 밀린 일 중에 화급한 일만 처리하고 병원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아내는 시간이 되겠냐고 물었고, 예상 소요 시간을 보면서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아내는 아무래도 병문안을 다음으로 미루고 조금 일찍 도착하면 잠시 쉴 수 있으니

그냥 가자고 했습니다.

아내는 시간으로 보면 가능하지만 길이 막히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약속이 있어서 외출을 할 때면 언제나 빠듯한 시간에 출발을 하던 사람이 오늘따라 웬일로 길 막히는 것까지 염두에 두나 싶었고, 즉시 남편의 말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 된다니까, 왜 자꾸 그래!"

불쑥 한마디 뱉었습니다. 차 안이 갑자기 싸늘해졌습니다. 그래도 핸들은 꺾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한 옥타브 내려 잡고

"평일이고 출퇴근 시간이 아니니 그냥 가자"고 했습니다.

목소리가 낮아져서인지 아내가 "그럼 그냥 들렀다 가든가"하며 동의를 해주자

다시 불안해졌습니다. 가다가 길이 막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속에서 갈팡질팡 혼선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들렀다 가나, 그냥 가나…' 순간, 인간적인 생각으로 세상일을 볼 게 아니다 싶었습니다.

만약 큰 교통사고가 나 천국에 가야 한다면 이 순간보다 더 소중한 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다면 이 순간이 바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해야 하는 순간인데,

하느님의 뜻은 어떤 것일까?

병문안을 갔다 가든가 그냥 가든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이 순간 옆에 있는 형제인 아내를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기만을 하느님께서는 원하고 계셨습니다. 즉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여보! 그냥 바로 가자."

아내는 기뻐했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마음을 바꾸니 길도 막히지 않았습니다. 쌩쌩 달리며 기뻤습니다.

다시 기분이 좋아졌으므로 특강을 어떤 순서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넉넉한 시간에 도착해 식사도 여유있게 했고, 잠시 쉬었습니다.

특강이 끝난 후 큰 박수를 긴 시간 동안 받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넉넉한 시간에 병문안을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