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동작(1)
- 일치 속의 다양성 지향
- 존경 기쁨 표시는 서서
- 독서나 강론 들을 때는 앉아서 귀 기울여야 한다
전례는 거룩한 표지(언어, 동작, 사물)를 통해 거행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이룩하신
구원 업적을 현실적인 사실로 실현시켜 하느님을 경배하고 인간을 거룩하게 하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의 구원 업적을 표현하는 표지 중의 하나인
전례 동작은 무엇보다도 전례의 이러한 성화와 공경이라는 목적과 기능에 맞아야 한다.
그런데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다양하듯이 이를 표현하는 전례 동작은 다양하다.
표현 방법 자체도 크게는 나라마다 작게는 개인마다 다르다.
전례는 내용과 행위자에 따라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례는 그리스도 안에 한 몸을 이루는 하느님의 백성이
같은 믿음을 표현하는 행위라는 특성상 그 표현은 일치성을 또한 전제로 한다.
결국 전례 동작은 일치 속에 다양성을 드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서는 자세
·존경을 표시하는 자세
사제나 부제가 복음을 봉독 할 때에는 하느님께서 직접 말씀하심을 드러내기 때문에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표시로 서서 경청한다.
이스라엘 백성도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때에 서 있었다
(출애 20, 21 ; 느헤미아 8, 5 ; 에제키엘 2, 1 ; 다니엘 10, 11).
이러한 존경의 자세는 하느님을 대리하여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에게도 드러난다.
그래서 예식의 처음과 끝에 주례자가 입당하고 퇴장하면 신자들은 일어선다.
하느님께 대한 존경의 자세는 누구보다도 제단 봉사자들 특히 사제에게 필요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백성을 대표하여 하느님을 섬기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는 자세는 제단 봉사자들의 기본자세이다.
·가장 보편적인 기도 자세
성서에 보면 기도할 때 흔히 서서 하였다(마르코 11, 25).
그리고 카타콤바의 벽화나 조각, 초세기의 저서들을 보면
그 당시의 신자들은 흔히 서서 기도하였다.
니체아 공의회는 서서 기도하는 부분을 법으로 정하기도 하였다.
·부활과 기쁨의 자세
그리스도께서는 죽음에서 일어나셨으며 우리도 그분을 통하여 부활하여 일어났다.
세기 초 부터 서는 자세가 부활과 기쁨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으며
오늘날에도 그런 의미로 부활시기와 주일에는 서서 기도하는 경우가 많다(삼종기도 등).
앉는 자세
인간은 몸의 구조상 오래 서 있거나 꿇어 있으면 쉽게 피로를 느끼는 반면
앉으면 몸도 편안해 지고 마음도 차분히 가라앉는다.
즉 올바른 자세로 앉아 있다는 것은 바른 몸가짐을 나타내는 것일 뿐 아니라
정성이 담긴 기대와 주의력으로 가득 차 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전례에서는 가르치거나 경청의 자세로 앉는 자세를 취한다.
·가르치거나 훈계하는 자세
주교는 서품, 견진 예식, 미사 등 각종 예식 중의 훈화 부분에 흔히 앉아서 한다.
·경청하는 자세
전례 중에 복음을 제외하고 성서를 봉독 할 때에나 사제의 강론 때에 신자들은 앉아서 경청한다.
그리고 성서 봉독 후나 영성체 후에도 모든 신자들은 앉아서 침묵 중에 주님과 은밀한 대화를
나누고 고요한 가운데 들려오는 주님의 말씀에 귀 기울인다.
무릎 꿇음
·보편적 경배 및 기도 자세
두발로 서는 존재인 인간이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낮추고 작게 만드는 겸손의 몸짓이자
상대방에게는 존경을 드러내는 동작이나 자세이다.
하느님은 더 없이 높으시고 거룩하시며 우주와 인간을 창조하신 분이기에
인간이 그분 앞에 나설 때에는 자연히 경배의 자세로 무릎을 꿇게 된다.
이러한 자세는 이스라엘의 경배 및 기도 자세였으며,
예수께서도 게쎄마니에서 기도하실 때에 무릎을 꿇으셨다.
그밖에 사도행전은 스테파노(7, 60), 베드로(9, 40), 바오로(20, 36), 띠로의 신자들(21, 5)이
무릎을 꿇고 기도하였음을 전하고 있다.
오늘날 교회에서도 이 자세를 도입하여 하느님과 그분의 현존 표시인
성체, 제대, 십자가, 복음서 등과 몇몇 기도문(성탄과 주의 탄생 예고 대축일의 신앙고백 중),
수난기 봉독 중의 주님의 운명 대목 등에서 무릎을 꿇는다.
·뉘우침을 드러내는 표지의 자세
인간이 자신의 죄 많은 처지를 생각하고 뉘우침을 드러내는 표시이다.
이런 면에서는 부활과 기쁨을 드러내는 서는 자세와는 정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는 간청의 자세
인간은 겸손 되이 무릎을 꿇고 기도함으로써 간절한 원의를 드러낸다.
피정이나 특별기도 행사를 시작할 때 외는 『임하소서, 성령이여(Veni Creator Spiritus)』의
첫 귀절도 그런 의미에서 무릎을 꿇고 바친다.
또 성금요일의 장엄기도 때에 무릎을 꿇는 것도 같은 뜻을 지닌다.
그런데 한 쪽 무릎을 꿇는 것은 두 무릎을 꿇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익숙한 동작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 주교회의에서는 이러한 동작을 고개를 숙이는 동작으로 바꾸었고,
오늘날 우리는 성체, 제대, 십자가, 복음서 등에 고개를 숙이는 동작을 취하고 있다.
고개 숙이고 허리 굽힘
이 동작은 동서를 막론하고 인사 때에 흔히 쓰이는 존경의 표시이다.
그 의미도 무릎을 꿇는 자세와 대동소이하게 심도의 강약은 굽히는 행위의 심도로 표현된다.
전례에는 한쪽 무릎을 꿇는 동작보다 먼저 들어 왔으며 오늘날에도 널리 쓰이고 있다.
미사 때 예물을 받아 드리기를 청하는 사제의 기도
(『주 하느님, 진심으로 뉘우치는 저희를 굽어보시어…』),
사제의 영성체 준비기도,
시작 예식과 마침 예식 때의 제대에 대한 인사 등에 이 동작을 취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쪽 무릎을 꿇거나 입맞추는 풍습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동작을 모두 고개를 숙이거나 허리를 굽히는 동작, 곧 작은 절이나 큰 절로 통일시켰다.
그래서 제대나 복음서에 입맞춤, 성체 성혈 거양 후나 사제의 영성체 전에 무릎을 꿇는 동작이
모두 큰 절이나 작은 절로 바뀌었다.
손을 모음, 올림, 벌림
·손을 모음
경건, 겸손, 봉헌의 표시이며 다른 동작(미사 때 사제가 예물에 대한 축복, 안수 등)을 취하기 위한
준비 자세이기도 하다.
·손을 벌림, 올림
올리는 기도, 간청 등의 자세로 일반적으로 주례자의 기도와 연관되어 있다.
두 손을 높이 펴들고 기도하는 자세는 거의 대부분의 민족에게서 발견되는
가장 보편적인 기도 자세 중의 하나이다.
성서에서도 이런 기도 자세를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보아 손을 펴드는 자세는
높이 계신 하느님께 향하고 그 분의 도움을 바라는 자세이다.